2024. 12. 9. 04:29ㆍ백제, 신라, 가야, 왜
실성(實聖, 재위 402~417)은 근 10년 간 고구려에 볼모로 갔고, 신라 제18대 임금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이게 왜 입지전적인지 모르지요?
자 보세요.
당시 시대상황(392)은, 실성이 고구려로 볼모로 갈 때 담덕이 막 즉위한 상황인데, 신라는 내물(재위 356~402) 말기고, 재위에 있은 지 37년(392)인데, 아들이 3명이나 있음에도 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사촌 실성을 고구려로 볼모로 보냅니다.
이때 실성은 30대 초중반으로 볼모로 가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데도 왕명이라 어쩔 수 없이 갑니다.
훗날 왕위에 오르고 나서 그 일이 원한이 되어 조카들 특히 눌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암튼 10년 가까운 세월을 고구려에 볼모로 있다가, 내물이 죽자 나라 사람들의 추대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여기까지가 삼국사기 실성조의 기록인데, 기록만 믿으면 안되는 거 아시죠?
역사는 승자의 기록입니다.
그러니까 삭제된 기록들이 어마어마 하다는 사실.
이 실성은, 강국에 볼모로 갔다는 이유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일본 전국시대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생각하지만, 그리 생각하면 역사를 보는 눈이 없는 겁니다.
그거랑은 결이 많이 다르고, 오히려 촉한의 제갈량에 더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왜 그런지 쭉 풀어볼게 잘 보세요.
실성은 특이하게 왕호에 聖자가 들어가는데, 제7대 일성(逸聖)도 聖자가 들어가지만 逸자도 들어간 왕호이기에 實聖과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일성은 모르긴 몰라도 이름만 보면, 잘 나가다가 말년에 실책을 했나 봅니다.
반면 실성(實聖)은 딱 봐도 신라를 구한 구국영웅인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한 겁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제가 봤을 때 입지전을 넘어 한국사 통틀어 대단한 인물인 겁니다.
<내물>
37년(392) 봄 정월, 고구려에서 사신을 보내왔다. 고구려가 강성하였으므로 임금은 이찬 대서지(大西知)의 아들 실성(實聖)을 볼모로 보냈다.
고구려가 강성하니 아무나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근데 아까 말했듯이 내물에게는 적어도 3명의 왕자가 있습니다.
눌지, 미사흔, 복호입니다.
실성 1탄에서 나이를 분석 했었지요?
392년에 실성이 30대 초중반이었으니 그 조카들인 이들은 10대 초중반으로 여겨지는데, 담덕은 12세에 태자가 된 걸로 보아 (눌지가) 태자로서 뭔가 결격사항이 있던가 아니면 백제대왕의 인가가 안 내려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백제대왕의 인가가 왜 내려와야 하는가는 전 글들을 참고.
자 여기서 보세요.
내물에서 눌지 어디에도 눌지가 태자라는 말이 없습니다.
만약 눌지나 누구든지 태자가 되면 기록에 있어야 그게 정상입니다.
근데 눌지는 왕이 될 자격이 없는데도, 삼촌 실성을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 얘기는 원래 반전으로 써먹어야 하는데 벌써 1탄에서 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장수왕이 뒤를 봐줬다는 얘기 말입니다.
<내물>
내물왕(奈勿王)이 돌아가셨는데 그 아들이 아직 어렸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실성을 세워 왕위를 잇도록 하였다.
암튼 이들 대신 이찬 대서지의 아들 실성을 보냅니다.
참고로 미추, 말구, 대서지(실성의 아버지)는 형제.
그러니까 담덕이 실성이란 인물에 대해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요구한 겁니다.
진왕 정이 한비를 만나고 싶은 경우라고 하면 이해 가나요?
이제 막 왕위에 오른 10대 후반의 담덕이 좌우 사람들에게 물었을 겁니다.
누가 신라에서 가장 인재인가?라고 말이죠.
아버지가 이찬 벼슬로 왕족이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30대 초중반까지 따로 기록이 없는 걸로 보아 벼슬은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마디로 금수저로 평생 놀고먹을 수 있습니다.
근데 이런 양반이 전무후무한 공적을 세웠으니 말 다 했습니다.
벼슬은 하지 않았어도 왕족 자제로써 명성이 있기에 담덕의 귀에까지 들어간 겁니다.
그러니까 실성은 학문으로서 명성이 있었던 겁니다.
뭔 학문이냐구요?
군사적 공적을 세웠으니 병서를 주로 공부했겠죠.
실성은 고구려로 볼모로 가는 것이 결정된 순간, 고구려의 어린 새 임금을 분명 볼 것이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왜냐 하면 아까 말했듯이 담덕이 자기를 지명해서 요구한 거니까 말이죠.
그럼 빈 손으로 가면 안 되니 뭔가 선물을 가져갔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삼한의 지도로 추측됩니다.
이름하야 삼한전도!
물론 고구려도 삼한에 대한 지도가 있었을 테지만 보다 더 세밀한 것일 겁니다.
근데 이 군사지도를 가져간 이유가 뭘까요?
지도를 담덕에게 받치고 19살의 담덕이 처음 한 일이,
<담덕>
원년(392) 가을 7월, 임금의 병사가 남쪽으로 백제를 공격하여 10개의 성을 점령하였다.
물론 지도만 갖고는 안되고, 백제 성들에 대한 공략법, 전략전술 등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거겠죠.
때문에 실성은 군사적 재능이 뛰어났던 걸로 보입니다.
담덕이 그에게 실제로 군사를 맡겨보니 10개 성을 점령한 겁니다.
여기서 담덕이 직접 10개 성을 공략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암튼 정말 실성에게 군사를 맡겼다면, 이것으로도 담덕의 인물됨을 알 수 있는 겁니다.
즉 담덕도 비범하다는 거.
실성 1탄에서 담덕이 어떤 인물인가 나옵니다.
<담덕>
태어나면서부터 체격이 크고, 생각이 대범하였다.
이에 둘은 수어지교로 실성은 고구려의 참모가 됩니다.
이 기록은 신라 문무~신문 대에 삭제되는 건 덤이구요.
고구려 하면 기마병인데, 이상하게 담덕의 대에서만 수군이 나와 활약합니다.
이게 담덕이 수군을 잘 지휘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죠?
이건 곧 실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왜랑 더불어 신라 하면 수군이고, 실성은 수군을 잘 알기에 담덕에게 수군을 써서 공격하자 제안했을 겁니다.
여기서 무슨 신라 하면 수군이냐고 딴지 거는 이 없겠죠?
삼국사기를 잘 보세요.
한번 더 말하겠습니다.
19살의 담덕이 무슨 수로 수군으로 백제의 성들을 공략할 수 있을까요?
실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는 고구려의 기마군을 보고 인상 깊었을 겁니다.
담덕의 만주공략을 실성 덕분이라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요?
실성은 원래 학문에만 관심 있지 벼슬은 관심이 없던 걸로 보입니다.
근데 갑자기 고구려에 볼모로 가라는 내물의 명이 떨어진 겁니다.
훗날 (눌지의 암살여부를 떠나) 이것을 원망했다고 삼국사기 눌지조에 나옵니다.
근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삼국사기에는 실성이 눌지에 대한 암살을 고구려에서 알던 어떤 남자한테 부탁한 걸로 나오고, 삼국유사에는 군사가 동원된다고 합니다.
이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앞서 실성 1탄에서 쓴 대로 장수왕이 뒤를 받쳐주고 동생 복호가 움직였다면(즉 고구려의 군사를 동원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건 실성이 먼저 눌지를 원망하여 암살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눌지가 왕이 되려고 실성을 죽인 후, 삼국사기에 나온 대로 그렇게 꾸며내 기록한 겁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까요.
이때 실성을 따르는 무리는 모두 숙청당한 건 덤이고, 그 딸을 왕비로 삼아 평생 고통 속에 살게끔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실성은 눌지 형제를 살려주었지만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겁니다.
암튼 내물이 죽은 직후(400년 겨울 10월) 고구려에서의 명성으로 실성은 왕위를 잇기 위해 다시 신라로 돌아갑니다.
백성들이 원해서죠.
그게 401년 가을 7월입니다.
392년 봄 정월부터 401년 가을 7월까지 근 10년 동안 고구려에서 활약했습니다.
비록 고구려군을 통솔해 백제를 친 거지만 이건 또한 신라를 위한 것이기도 한 겁니다.
고구려의 군대를 이용해 백제를 친다는 고도의 전략인 겁니다.
서로 윈윈인 거죠.
물론 담덕조에는 문무~신문 대에 지웠기에 401년 기사가 없습니다.
아마 성대한 군신 간의 송별회와 담덕의 실성에 대한 치하하는 말들이 기록돼 있었을 걸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신라로 돌아간 후, 실성은 왕위에 관심이 없거나 눌지에게 사양해서 즉위를 미뤘던 걸로 보입니다.
뒤늦게 7개월 후 402년 봄 2월에 즉위합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백제가 아닌 왜와의 화친입니다.
고구려에서의 활약으로 보복당할까 염려되어 한 일이겠죠.
아신왕은 이미 장수왕한테 굴복했기에 백제는 염려 없는데, 왜가 문제였던 겁니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 바다 건너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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